염소와 표범의 가죽옷 입은 소년은 어깨 위에 북방 매, 흰 솜 같은 깃털. 신흠 「눈이 내린 뒤에 사냥하는 매를 보고 짓다」 조선 후기 사대부 시조의 다변화를 보여주는 「방옹시여」의 작가를 일력에서 만나게 되어 반가웠다. 가죽옷, 매, 흰 솜 등 겨울 풍경을 떠오르게 하는 시어들이 제목과 잘 연결되어 한 폭의 수묵화를 감상한 느낌이다. 큰 추위라고 하지만 실제로는 소한보다 덜 춥다는 날, 하늘은 맑고 바람 없이 햇살이 좋아 이만 보 가량 걷기에 참 좋았다.
노을 위의 은빛 창문에서 구만 리 희미한 세상을 내려다보고, 바닷가 문에서 삼천 년 상전벽해를 웃으며 보고 싶다. 손으로 하늘의 해와 별을 돌리고 몸소 구천의 바람과 이슬 속을 노닐고 싶다. 허초희 「광한전백옥루상량문」 아직까지 교과서 등에서는 '허난설헌'으로 소개되지만 이제 어지간한 교양인이라면 모두 그녀의 이름을 안다. 시문으로 낙양의 종이값을 올렸다는 그녀는 뛰어난 재주와 별개로 변변찮은 남성이었던 김성립과 결혼했고 「규원가」(이 작품은 허초희의 작품이라는 설과 그녀의 동생, 허균의 첩이 지었다는 설이 경합 중이다)에서 드러나듯 괴로운 출가외인의 삶을 견뎌야만 했다. 거기 「곡자(哭子)」에서 엿볼 수 있는 자식들의 죽음까지 생각하면 불행으로 점철된 인생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그런 우여곡..
스스로 신선 체질 지녔으되 자신은 모르고서 십 년 동안이나 지초 캐는 꿈을 꾸다니. 가을바람이 땅 흔들어 누런 저녁 구름 깔리누나, 숭양으로 돌아가 옛 선생을 찾으리라. 이상은 「동쪽으로 돌아가다」 처음 읽고는 엥 이거 완전 정철 아니냐? 생각이 들었다. 신선 모티브는 현실에서의 불만족이 투영되었거나, 자신의 풍류에 대한 자부심이 그만큼 크거나 둘 중 하나라고 배웠었는데, 궁금해져서 찾아봤다. 위키피디아에 따르면 당나라 때의 시인으로 두목과 동시대인인 이상은은 관료로서는 불운했지만 관능적이고 감각적인 시로 당대뿐 아니라 이후에도 숱한 문인들의 사랑을 받았다고 한다. 전자였구나 하고, 한시를 온전히 즐기기 위해서는 좀더 공부를 많이 해야 할 텐데 생각했다. 이렇게 방학처럼 시간과 정신의 여유가 있을 때 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