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음의 근원은 있음과 없음을 떠나서 홀로 깨끗하고, 삼공의 바다는 참됨과 속됨을 아울러서 맑다. 원효 「분별 없는 깨달음」 일체유심조! 모든 것이 마음 먹기에 달렸지. 「천수경」에서도 '죄는 그 자체로 생기지 않고 마음으로부터 일어나며 악한 마음이 소멸된다면 죄업 역시 마찬가지다.'라고 했던 게 생각난다. 맑고 깨끗한 본성을 거울처럼 닦아 자신의 모습을 비춰보려는 짬짬의 노력을 계속해간다면 스스로에게 더 떳떳한 사람으로 살아갈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
극락세계에 가기보다는 털 나고 뿔 달린 소가 되어 농사꾼의 농사일을 돕겠다. 『남전』 이것이 대승인가! 개인의 해탈을 추구하기보다 중생에게 보탬이 되는 삶을 살겠다고 선언하는 자세에 옷깃을 여미게 된다. 한편으로는 "개똥밭에 굴러도 이승이 낫다."는 우리네 속담이 떠오르기도 하고, 궁극적으로는 현세에서의 삶을 긍정하는 자세가 좋다. 지금 여기에서의 괴로움을 달래기 위해 내세에서의 평안을 기원하는 종교적 소망이 지배 이데올로기에 포섭되어 '민중의 아편'과도 같이 사용된 역사도 있고 말이지.
자신의 직위에서 묵묵하게 근신하며 일하고 바르고 곧은 자들과 교제하라. 『시경』 그래도 세상을 조화롭게 굴러가게 하는 건 인용구의 주인공들이다. 종종 자기 일터에서 집중하기보다 대외 활동에 힘을 쏟으며 이름을 알리는 사람들을 볼 때면 드는 위화감도 인용구에 공감하기 때문이리라. 돌이켜보니 어느새 5년차가 되었고 그 시간들 속에서 위로와 지지를 나눌 수 있는 사람들, 나도 저렇게 나이 들 수 있으면 좋겠다 생각하게 하는 사람들은 백이면 백 묵묵히 일하며 바르게 행동하는 곧은 사람들이었다. 고대 중국인들의 생활상과 사고를 엿볼 수 있는 고전 『시경』에서도 이런 시구를 수록한 걸 보면 어느 때고 인간사에서 삶의 지향으로 삼고 싶은 모습은 비슷한 게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