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2022

1월 19일(수) 음력 12월 17일

쫑티 2022. 1. 21. 21:42

노을 위의 은빛 창문에서 구만 리 희미한 세상을 내려다보고,

바닷가 문에서 삼천 년 상전벽해를 웃으며 보고 싶다.

손으로 하늘의 해와 별을 돌리고

몸소 구천의 바람과 이슬 속을 노닐고 싶다.

 

허초희 「광한전백옥루상량문」

 

 아직까지 교과서 등에서는 '허난설헌'으로 소개되지만 이제 어지간한 교양인이라면 모두 그녀의 이름을 안다. 시문으로 낙양의 종이값을 올렸다는 그녀는 뛰어난 재주와 별개로 변변찮은 남성이었던 김성립과 결혼했고 「규원가」(이 작품은 허초희의 작품이라는 설과 그녀의 동생, 허균의 첩이 지었다는 설이 경합 중이다)에서 드러나듯 괴로운 출가외인의 삶을 견뎌야만 했다. 거기 「곡자(哭子)」에서 엿볼 수 있는 자식들의 죽음까지 생각하면 불행으로 점철된 인생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그런 우여곡절을 겪기 이전, 8세 때 지은 산문으로 알려진 이 글은 김시습의 「용궁부연록」과 비슷한 발상(동양 문학에서의 클리셰라고 해두자)이지만 작가의 뚜렷한 개성이 두드러진다. 오늘날로 치면 환상 문학일 텐데 수업에서 연계해서 소개해 볼 수도 있지 않을까 언젠가? 

'2022' 카테고리의 다른 글

1월 21일(금)(음력 12월 19일)  (0) 2022.01.21
1월 20일(목) 음력 12월 18일, 대한  (0) 2022.01.21
1월 18일(화) 음력 12월 16일  (0) 2022.01.21
1월 17일(월) 음력 12월 15일  (0) 2022.01.21
1월 16일(일) 음력 12월 14일  (0) 2022.01.21
공지사항
최근에 올라온 글
최근에 달린 댓글
Total
Today
Yesterday
«   2024/05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
글 보관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