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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표준국어대사전에서는 욕망을 가리켜 ‘부족을 느껴 무엇을 가지거나 누리고자 탐함. 또는 그런 마음.’으로 정의한다. 부족이란 필요한 양이나 기준에 미치지 못해 충분하지 않은 것을 가리키고 충분하다는 건 모자람이 없이 넉넉하다는 뜻이니 욕망이란 내게 모자란 것을 채우고자 하는 마음이라고 정리할 수 있을 것이다. “난 알아 열등감만이 날 움직이는 걸”이라고 노래한 가수의 말을 빌지 않더라도 많은 사람들을 움직이게 하는 것은 현실에 대한 불만족이다. 그러므로 욕망은 사랑과 함께 인류 문명을 밀어온 두 축의 힘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점에서 내게 모자란 것이 무엇인지를 하나둘 꼽아보는 것은 나의 욕망을 관찰하는 일과 같다. 나의 욕망 첫번째는 외모에 대한 것이다. 성인 남성 평균에 못 미치는 키에 대한 불만은 청소년기부터 20대 전반부를 짓누르는 감정이었다. 중학생 이후부터 지금까지 함께 어울리는 친구들과 함께 있을 때 늘 가장 키가 작은 것부터 시작해 학창 시절 운동을 멀리하고 식이를 절제하지 못한 결과 불어난 체중은 자세까지 구부정하게 만들었다. 외적으로 더 매력적인 사람이 되고 싶은 바람은 누구에게나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특히 나를 괴롭히는 건 내가 호감을 주고 싶은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이렇다할 끌림을 주지 못한다는 인식이다. 다행히 꾸준히 운동하고 잘 챙겨먹는 것처럼 스스로를 돌보는 법을 익히고 실천하면서 이전보다는 그런 의식의 비중이 줄어들었다. 하지만 관성은 지독해서 조금만 방심하면 외모에 대한 열등감은 마음 속에서 쉿쉿거리며 세모난 머리를 치켜드니 주의해야 한다. 

 

 앞에서 살펴본 외모는 우선 키나 손발의 크기와 같이 내가 선택하지 않았고 변화의 여지가 적은 영역이 있다. 또한 체중이나 피부와 같이 선택과 노력으로 변화할 가망이 있는 영역으로 나눌 수 있을 것이다. 마찬가지의 성격을 가진 두번째 욕망은 자산에 관한 것이다. 애초에 어떤 경제적 수준의 가정에서 태어났는가에 따라 결정되는 부분이 지배적이지만 한편으로는 여력에 따라 규모에 맞춰 예산을 운용하고 시류의 변화를 잘 파악해 자수성가하는 사람들이 없지 않으니까 말이다. 전자에서 이미 글른 만큼 후자라도 잘해야 하는데 노동량에 비해 급여명세서에 찍힌 금액은 귀엽고 길바닥에 시간을 버리고 싶지 않아서 선택한 자취는 숨만 쉬어도 이런저런 명목으로 돈이 나간다. 그래도 매월 가계부를 정리하며 고정지출을 줄이고 또 줄인 보람이 있어 이번 달은 꽤나 여유 있게 예산 방어에 성공했고 이런 효능감이 쌓이고 쌓여 아낄 때 아끼고 필요할 때 가치 있게 쓸 수 있을 것이다. 

 

 욕망의 유의어인 욕구를 입속으로 되뇌어본다. 교육심리 시간에 배운 매슬로의 욕구 위계설이 연이어 떠오른다. 고대하던 취업에 성공하고 작게나마 독립적인 삶을 꾸려가기 시작했으니 안전의 욕구가 충족된 셈이다. 분명한 소속과 보람 있는 직무, 정기적으로 계좌에 입금되는 급여에 더해 기간제교사 시절에 비해 안정적으로 미래를 계획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러고 나니 애정과 존중의 욕구가 고개를 드는 건 당연지사다. 서로를 깊이 이해하고 성장과 즐거움의 시간을 함께 할 수 있는 사람들과 만나고 싶다. 올해를 꿀꺽 삼켜버린 코로나19 상황으로 만남의 자리들은 거의 봉쇄당했고 기존의 친구들과도 줌으로나마 겨우 얼굴을 볼 수 있었으니 이런 욕구가 연신 좌절된 것은 내가 겪는 코로나 블루의 주 요인이라고 확신한다. 

 

 올해 들어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 동시에 머리털 나고 처음 겪는 역병의 상황은 상당한 스트레스였다. 그렇지만 그건 2020년을 살아가는 대다수가 겪고 있는 일이기도 하다. 이런 와중에 큰 탈 없이 한 해를 마무리할 수 있음을 위안 삼는다. 마찬가지로 지금의 상황에 감사하는 마음을 먹는 게 두뇌의 상승나선을 위해 유익할 것이다. 나의 욕구와 욕망은 모자람에 대한 인식에서 출발한다. 그리고 독서와 운동, 요리와 같이 나를 더 나은 사람이 될 수 있도록 하는 여러 활동들을 하도록 이끈다. 코로나19로 인한 제약과 엄중문책의 엄포로 지겹게 이어지는 터널길을 달리는 것처럼 답답한 상황이다. 그렇지만 저만치 멀리서 비치는 너머의 밝은 빛과 신선한 공기를 계속해서 상상하며, 긍정적 현실주의자로서 끊임없이 욕망하기를 멈추지 않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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