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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상

2019년 12월 19일

쫑티 2019. 12. 19. 20:40

어제는 한 명이 급한 사정으로 빠진 스터디를 평소보다 이른 시간에 마쳤다. 학식 점심시간까지 시간이 30분가량 남았기에 이사하고 나서 벌써 세 번이나 들렀지만 늘 헛걸음했던 가게로 향했다. 다행히 사장님이 계셔서 캐모마일을 주문하고 자리에 앉았다. 햇수로 2년 만에 뵙는 사장님과 마주앉아 연초를 태우고 차를 마시며 그간 어떻게 지냈는지 근황을 나눴다. 지금 하고 있는 일이 재미없어질 때쯤이 이 일을 그만두고 다른 일을 해야 할 때가 아닌가 하는 사장님 말씀에 공감하며 고개를 주억거렸다. 그렇기에 나날이 새로운 활력이 될 수 있는 일들을 찾아가고 자신의 일에 있어서도 발전과 보람을 느낄 수 있어야겠지.

 

저번 소개팅에서 깨진 이후 수용되지 못했다는 좌절감에 의한 것으로 보이는 만남에 대한 욕구가 한동안 들끓었었는데 며칠 간 심적으로 방황하다가 이제 안정을 찾았다. 이게 다 부질없이 나에게 주어지지 않은 것, 유성애 내지 로맨틱적 끌림을 유발하는 특성을 갖추려는 노력을 하지도 않고 시장에 나간 탓이겠거니 생각이 든다. 마음을 가다듬고 다시 일상의 루틴을 돌려야지. 비가 오거나 미세미세가 시커먼 날이 아니라면 아침에 달려야지. 술 약속은 가급적 잡지 않고 학식 챙겨먹으면서 배부르지 않게, 먹고 싶은 양의 반만큼만 퍼서 먹어야지. 어떤 날이든 간에 아침저녁으로 플랭크는 잊지 말아야지. 소소한 자신과의 약속들이 쌓여 내일의, 다음 달의 나를 만들어 간다.

 

이번 시험을 준비하면서 연초에 썼던 다이어리를 보면 앞으로 3개월 후의 일까지만 걱정하고 신경 쓰자고 나에게 제안한 내용이 있다. 지금도 그렇게 생각하자. 일단은 오늘의 식사와 운동, 공부와 잠자리를 신경 쓰다 보면 삶의 건강한 정도가 유지될 수 있겠지. 그리고 한 해를 돌아보며 좋았던 일과 아쉬운 일들을 정리하며 다음 해를 맞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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