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30일(음) "한 마리 짖자 두 마리 세 마리 따라서 짖는데 사람인가 범인가 바람 소리 때문인가? 아이는 산에 달이 촛불처럼 밝다 하는데 빈 뜰에는 오직 찬 오동나무만 울음 우네." 이경전 「개가 짖네」 빈 뜰에 혼자 울음 우는 오동나무는 열매를 11월에 맺기에 남은 가지를 세차게 떠는 것이리라. 촛불처럼 달이 밝은 적막한 산중에 누구의 소리인지 모를 소리를 듣고 집의 개들이 우는 광경을 떠올리면 겨울밤을 홀로 나는 화자의 고독이 전해온다. 아마도 3행의 '아이'는 '아해/아희' 등으로도 나타나는 심부름꾼 아이일 테니 화자 입장에서 마음을 나눌 수 있는 상대는 아닐 것 같아 고독이라고 풀이했다. 요새는 홀로 있음에 대해 생각할 때가 종종 있다. 홀로 있음이라는 상태에 따른 두 감정, 외로움과 고독..
신정 (11월 29일, 음) "새로운 시작에 형통의 길이 있다." 『주역』 조금 유치한 태도지만 짐짓 연말연시 분위기에 휩쓸리지 않는 초연한 사람처럼 굴어본 적도 있다. 부연하자면 1월 1일이니 12월 31일이니 하는 것 모두가 그저 사람의 달력일 뿐이다. 그러거나 말거나 세계는 끊임없이 움직이고 있으니 별 의미 부여할 것 없다고 허세를 부린 것이다. 해의 길이와 기온, 습도에 따라 사람의 생활이 얼마나 제약을 받는지 크게 신경을 쓰지 않고 살아도 되는 수험생 시절을 이태 간 겪어온 탓에 그런 얄팍한 생각을 했던 것 같다. 수험생활이 끝나고 다시 사회 속에서 살아가기 시작한 지도 또 이태, 인정하기 싫지만 사람의 몸과 마음이 환경의 영향 아래 놓여있다는 걸 확인했다. 해가 길고 날이 따뜻한 철이면 야외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