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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힙합계의 뜨거운 감자인 <쇼미더머니 5>가 최근 성황리에 막을 내렸다. 2012년 첫 선을 보인 이 프로그램은 관객이 책정한 공연비로 승패를 갈라 우승자를 뽑는다. 힙합 음악의 대중화와 다변화를 가져왔다는 긍정적인 평과 함께 미디어자본의 개입을 바탕으로 한 공연시장 독점과 지나친 자극성 일변도라는 부정적인 평이 공존한다. 특히나 혐오 표현이 포함된 가사를 여과 없이 내보내는 문제로 여러 번 논란이 됐다. 지난 시즌의 유력한 우승 후보였던 송민호는 산부인과처럼  벌려"라는 가사로 여성에게 성적 모욕감을  것은 물론 산부인과 의사들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대한산부인과의사회의 성명서에 직면하고 사과한  있다. 이번 시즌의 우승자인 비와이의 ‘F5’의 가사 중 여성의 동성애는 분명 나로 인해 감소 왜냐면 내 Flow에 흥분하거든 레즈비언도와 같은 성소수자 혐오적인 가사로 많은 이들의 지탄을 받고 있다. 힙합이 대중음악계에서 가지는 위상이 높아지고 영향력이 확대됨에 따라 앞으로도  같은 논란은 끊이지 않을 것이다.


 혐오 표현에 대한 압력이 과도한 엄숙주의나 검열이라 주장하는 이들이 있다. 이들은 표현의 자유나 예술의 자율성을 근거로 내세운다. 예술 작품의 유통은 자유가 아닐 수 있어도 창작은 자유이고 유통을 결정하는 건 해당 작품이 예술계 내부에서 인정받을 수 있는가에 달렸다는 것이다. 또한 예술에는 그 자체적으로 를 추구할 수 있기 위한 자율성이 존재하므로 예술에 윤리를 적용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항변한다.


 언뜻 타당해 보이는 이 같은 논지는 다음과 같이 반박할 수 있다. 먼저 표현의 자유를 주창한  밀은 표현의 자유가 개인의 다양성을 존중하는 행복한 삶의 토대이기에 중요하다고 주장하면서 두 가지 전제를 두었다. 첫째, 표현의 자유는 개인에 대한 개인의 표현의 자유가 아닌 국가에 대한 개인의 표현의 자유이다. 국가 권력이 검열할 대상을 판단하고 국가 권력에 비판적인 목소리를 차단할 가능성을 경계한 것이다. 둘째, 표현의 자유는 다른 사람에게 해악을 끼치지 않을 것이라는 전제 위에 있다. 여성과 성 소수자 등 사회적 약자에 대한 공격은 위의 두 전제 모두에 어긋나며 오히려 표현의 자유를 오독한 것이다.


 또한 아도르노에 따르면 예술의 자율성은 현실과 유리됨으로써 바로 그 잘못된 현실을 긍정하게 만든다는 점에서 허위를 가진다. 한국사회에 현존하는 소수자 혐오는 강남역 여성혐오 살인사건과 같은 물리적 폭력으로까지 나타난다. 인용한 소수자 혐오를 담은 가사들은 기존 사회의 그릇된 인식과 구조를 재생산하는 데 기여할 뿐이다. ‘일부 랩퍼들의 가사에서 나타나는 소수자에 대한 몰이해와 편견이 옹호될 수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최근 힙합 가사의 소수자 혐오 표현이 문제시되는 것을 무작정 장르의 탓으로 돌릴 수만은 없다. 오히려 대중문화 전반에 보이지 않는 먼지처럼 존재하던 혐오와 차별이 사회의 평균적 인권 감수성이 높아짐에 따라 문제가 선명하게 드러나 보이게 된 것이라고 생각한다. 힙합 음악을 좋아하는 한 명의 리스너로서, 2016년의 한국 힙합이 보다 정치적인 올바름을 지향하는 가운데 리스너들에게 재미와 감동을 줄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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